지난 4일 이뤄진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는 미국의 대북 제재 고수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도발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기관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을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은 제재 완화 요구를 담은 발사였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 경제가 알려진 것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 경제의 실상은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 이전인 지난달부터 엿보였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최근 펴낸 내용을 최신 해외학술 정보로 분류했다. 38노스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초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장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숨어 있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이 “서둘러 끝내기보다 공사 기한을 늘리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는데, 그 속내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괴로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안전 당부는 2014년 평양에서의 신축 아파트 붕괴 사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건설 자재 등의 수입 경로가 막힌 탓이라고 38노스는 해석했다. 특히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교역에서는 건설 산업에서 사용되는 트럭, 전기기기 등 여러 상품의 수입이 급감했다고 한다. 전미북한위원회(NCNK) 등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교역량은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북한이 밀수 등 ‘장마당 경제’로 대북 제재 내성을 갖추게 됐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38노스는 “제재가 밀수에 의해 실효성을 잃는다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과장”이라고 평가했다. 밀수만으로는 줄어든 교역량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날씨 여건이 나빴던 지난해부터 농업 생산에서도 괴로움을 겪고 있다. 유엔은 북한 주민의 식량 배급량이 지난해 1인당 하루 380g에서 올해에는 300g으로 줄었다고 최근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정곡 기준 500만t이었는데, 올해에는 410만t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급에 식량을 의존하는 북한 주민의 비율은 30% 이상이라고 한다.
그간 북한의 쌀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며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38노스는 “대북 제재로 주민의 소득이 줄어 현재보다 높은 가격이 시장에서 실현되기 곤란하기 때문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이 가늠한 북한의 2017년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3.5%의 역성장이다. 38노스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공사 지연은 대북 제재로 인한 괴로움의 상징”이라며 “시장 가격이 높아지는 가을이 되면 수확량 감소로 인한 심각한 식량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