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매기는 세금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세금 부과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이달에 개편안을 내놓으려던 정부는 발표 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종가세는 제조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이를 ‘알코올 도수’ 또는 ‘용량’에 비례하는 종량세로 바꾸면 맥주와 소주, 위스키, 와인 등의 세금이 달라지게 된다. 국산 맥주는 수입산 맥주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열리는 반면 소주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위스키와 고급 와인이 되레 반사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 주류업계 안에서도 주종별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를 목표로 했던 주세 개편안의 발표 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주종 간 또는 동일 주종 간 종량세 전환를 놓고 이견이 있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술 세금’을 만지는 이유는 국산 맥주와 수입산 맥주의 형평성 논란 때문이었다. 수입산 맥주는 국산 맥주와 달리 판매관리비, 이윤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춰 ‘4캔에 1만원’ 마케팅이 가능하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산과 수입산 모두 ℓ당 세금을 내게 된다. 국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줄고, 수입산 맥주는 다소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소주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알코올 도수 15도를 기준으로 세금 500원을 매기고 1도 오를 때마다 100원을 추가한다면 17도 소주는 700원, 40도 위스키는 3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자칫 위스키의 경우 종가세 방식 때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16도 복분자주는 와인(12~14도)과 비교해 알코올 도수가 높아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할 수도 있다.
정부도 고민이 깊다. 주류업체들이 주세 개편안을 계기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 실장은 “소주와 맥주의 소비자가격에 변동이 없도록 주세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원칙은) 기본적으로 유효하다”면서 “단계적 추진 등 여러 방향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