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인권 지독히 침해”… 아킬레스건 찌르며 추가 도발 경고

입력 2019-05-07 18: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 육군사관학교 풋볼팀 초청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법에 대한 의견 일치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AP뉴시스

미국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가 갑자기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끄집어내며 북한을 비판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제재 강화 등 대북 강경론이 거세지고 있다. 단거리 발사체 발사 이후에도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은 수십년 동안 주민들에게 지독한(egregious) 인권 침해와 기본적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하며 지배했다”면서 “이런 학대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모건 오타거스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약 10만명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고 그들의 가족과 아이들도 고통받고 있다”면서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히면 종종 고문을 받거나 살해된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성명을 발표한 이유로 지난주 미국에서 탈북자 단체들과 대북 인권단체 등이 주관했던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거론했다. 국무부는 “북한자유주간을 돌아보며 우리는 탈북자와 인권단체가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을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이후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놓고 북한을 몰아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국무부는 북한자유주간이 진행됐던 지난주에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고, 북한 발사 이후인 이날 성명을 내놓았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너무 저자세라는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강경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부는 지난해에도 북한자유주간에 성명을 냈으며 올해 성명 강도가 지난해에 비해 약해졌다는 반론도 있다.

미 의회에서 다시 불붙은 대북 강경론이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김정은의 도발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선 최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의 강경 분위기가 대북 추가제재의 입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밤(한국시간) 약 40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번 통화는 아베 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서른 번째다. 만난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40차례 미·일 정상회담 또는 통화가 이뤄졌다. 미·일 정상의 밀월을 보여주는 증표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법에 대한 의견 일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에도 ‘미사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북한 관련 최근 진행상황’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