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을 발사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미온적이고 안일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이 도발한 지 나흘째인 7일까지 청와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가정보원 등이 보여준 행태는 북한을 감싸고 있는 인상을 주거나 우리 방위망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게 한다. 합참은 북한 도발 직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단거리 발사체’로 말을 바꿨다.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한다”고만 했다. 국정원은 “고도와 거리를 감안할 때 미사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국방부 보고를 받은 뒤 “단거리 미사일로 특정하기는 어렵고, 도발 의도가 아니라 화력 타격 훈련이라고 국방부가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10~20여종이 발사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것이 방사포냐, 미사일이냐는 다수 종류가 혼재돼 있기 때문에 좀 더 파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합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세부 탄종과 제원을 공동으로 정밀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단거리 미사일이 아닌 듯하다고 하면서 한·미가 발사체 탄종을 정밀분석 중이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태에서 무기 실체와 도발 의도를 밝히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적확한 분석·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단거리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고 화력 타격 훈련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을 두둔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살상력을 갖춘 무기로 상대방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키는 현대전에서는 적의 무기체계와 성능, 도발 징후 등을 사전에 완벽히 파악하고 빈틈없이 대비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 능력을 갖춰야 적을 초전에 박살내고 전쟁을 방지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이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무기 실체와 숫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군 당국을 이해할 국민이 있겠는가. 허술한 방어 시스템을 드러낸 게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에 무력 도발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주문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방부 대변인의 입을 빌리지 말고 책임 있는 인사가 나서 북한이 ‘불장난’을 하지 않도록 우리의 의지와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수도권을 사정권에 둔 도발 훈련을 하는데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사설] 北 도발에 너무 미온적인 청와대와 軍
입력 2019-05-0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