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무력충돌이 나흘 만에 잦아들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내 양대 무장정파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집트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중재에 따라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양측이 지난 사흘 동안 로켓포 공격과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사망자만 30명 넘게 나왔다. 2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14년 가자 전쟁 이후 최악의 사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예루살렘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 측은 자체 TV 방송국을 통해 6일 오전 4시30분(현지시간)을 기해 이스라엘군과의 교전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몇 시간 동안 집중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유엔과 카타르, 이집트가 우리의 노력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슬라믹 지하드 측 고위 관계자 역시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사흘 동안 팔레스타인 측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온 가자지구 접경지역에 대한 통행금지 조치를 오전 7시에 해제하면서 휴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실제로 이날 새벽부터 현지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로켓포 공격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교전은 지난 3일 발발한 이후 악화일로였다. 주말인 4~5일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로켓포 700여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 방공시스템 ‘아이언 돔’이 173발을 격추했으나 30여발이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전차와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 공격을 가했다. 주말 동안 교전으로 팔레스타인에서 27명, 이스라엘에서 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마스 야전사령관인 무함마드 아흐마드 알코다리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를 완화하는 조건으로 양측이 휴전에 동의했다고 이슬라믹 지하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조업 허가 수역을 확대하고 가자지구 내 전력과 연료 공급을 개선해주기로 약속했다. 중재국인 이집트 정부 관계자 역시 휴전 조건에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한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있다. 때문에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극심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교전 역시 봉쇄 해제를 둘러싼 양측 간 이견이 근본 원인이다.
이스라엘로서도 교전 장기화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오는 7~9일 현충일과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는다. 15~18일에는 유럽 최대 음악 경연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텔아비브에서 열린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측이 봉쇄 해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이 시기를 노려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을 도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