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훈풍에 면세점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발길을 끊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귀환과 중국행 신규 여객노선 확대가 호재로 떠올랐다. ‘따이공’(보따리상)의 대형화도 면세점주의 장밋빛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3일 호텔신라는 11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1월 2일) 7만3100원에서 55.3%나 뛰어올랐다. 신세계도 같은 기간 24만8000원에서 35.5% 오른 33만6000원을 기록했다. 호텔신라는 지난달 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이후 목표주가가 상향됐다. NH투자증권은 12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신한금융투자는 13만원에서 14만5000원으로 올렸다. 신세계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신세계 면세 부문에 대한 기대감 확대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중국행 신규 노선 운수권 배분 결과도 면세업 수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중국 여객노선과 운항 횟수 모두 늘면서 면세 단체 관광객 증가에 따른 면세업 수혜가 예상된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귀환은 회복세가 뚜렷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인 관광객 수는 133만3816명으로 지난해 동기(105만3881명) 대비 26.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중국인 대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고 밝혔다.
면세점주 상승에는 따이공의 대형화가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면세업계에서는 따이공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웨이상’(중국 SNS를 통해 상품을 홍보·판매하는 사업) 시장이 커지면서 따이공의 면세점 구매 규모도 덩달아 증가하는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관광 관련주에 대한 경계를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한령(限韓令)이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사드 사태와 같은 악재가 발생한다면 2016년 7월 사드 사태 이후 1년 사이 호텔신라의 주가가 21.52%나 하락했던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상품을 면세점에서만 판매하는 기업과 중국 현지로 직접 진출한 기업을 나눠서 판단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주가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더 나빠지거나 급락할 위험이 크다고 보진 않는다”고 내다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