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10년차 형사부 검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6일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수사권 조정안이 수정 없이 그대로 실무에 적용될 경우 나타날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이 조정안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론화한 가운데 평검사들의 반대 기류도 분명해지는 양상이다.
의정부지검에 근무하는 A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고소 사건 이렇게 바뀝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Q&A’(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작성돼 있는데, 일반 고소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담았다. 여권이 추진 중인 수사권 조정안이 적용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A검사는 조정안이 현실화되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을 검찰이 낱낱이 밝혀내기 어렵다고 했다. ‘버닝썬 사태’처럼 경찰이 범죄자들과 유착돼 사건을 불기소하고 은폐하려는 경우 특히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가 기록을 볼 수는 있다고 하는데, 책임감을 갖고 검토하면 잘못을 밝혀내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그랬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A검사는 “매년 불기소되는 사건이 80만건”이라며 “그것을 전국 형사부 검사 700~800명이 전부 파악해 수사가 올바른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 양홍석 변호사도 ‘불기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록만 보고 혐의 유무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A검사는 “검사가 기록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지만 효과는 장담 못 한다”며 “경찰이 재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 있는 보완, 통제 수단은 전혀 없다”고 했다. 경찰 통제 수단으로 꼽히는 ‘보완수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경찰이 수사권 남용 등의 핑계를 대고 보완수사를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A검사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적 통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피해자들의 사법적 비용은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에 불응할 경우 직무배제나 징계요구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직무배제나 징계요구는 강제력이 없다. 경찰에서 이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문제가 시정이 안 될 경우 당신은 경찰 수사용 변호사와 검찰 수사용 변호사를 동시에 선임해야 할 것”이라며 “이중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이 사법적 통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경찰 송치 의견별 검찰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5년간 경찰의 불기소 의견을 재검토해 연평균 3259명의 사건 피의자를 기소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경찰의 부실 수사를 이만큼 적발해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