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한반도 섬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 약 50㎞ 떨어진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와 인근 바다에선 아열대성 생물과 어종이 상당량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를 넘어 한반도 남해 인근까지 아열대성 기후가 북상한 것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 사는 괭이갈매기(사진)가 지난달 1일 첫 번식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2004년 조사보다 열흘 이른 시점이다. 연구진은 홍도 일대의 연평균 기온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등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하고 있다. 홍도의 연평균 기온을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73~1979년 13.8도였던 수온이 2010~2018년 14.8도로 올랐다. 홍도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거제도의 연평균 표층수온 역시 1973~1979년 17.96도에서 2010~2017년 18.55도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은 “섬 생태계 상위포식자인 괭이갈매기는 먹이가 가장 풍부한 시기에 번식을 시작한다”며 “해양환경이 변해 수온이 올라가거나 낮아질 경우 식물성 플랑크톤의 분포나 양이 변화하고 이를 먹이로 하는 동물성 플랑크톤, 또 이를 먹이로 하는 어류의 개체군 역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기온 상승 시기가 빨라져서 괭이갈매기 번식을 위한 먹이조건이 조기 형성됐다는 뜻이다.
홍도에 분포하는 식물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대표적인 열대·아열대식물인 ‘선인장’이 넓게 분포하고, 그동안 제주도에서만 확인된 열대·아열대식물 ‘고깔닭의장풀’이 지난해 공식 확인됐다. 홍도 앞바다의 어류 조사에선 29종 중에서 범돔, 아홉동가리 등 아열대성 어종이 절반을 넘는 16종(55%)을 차지했다. 돌돔, 쥐치 등 온대종은 13종(45%)으로 나타났다.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는 건 예견된 현실이다. 미국의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을 넘으면 아열대 기후라고 정의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아열대 기후지역은 남한 경지 면적의 10.1%에서 2060년 26.6%, 2080년에는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2010년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하게 줄어들더라도 이미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최소 수십년간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장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기후변화는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먹이사슬로 연결된 자연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홍도 등 섬 생태계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