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방송 출연” 미끼… 5억 뜯어낸 연예기획사 2명 검거

입력 2019-05-06 19:10 수정 2019-05-06 21:03
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매니지먼트사 내부. 서울 방배경찰서 제공

유명 드라마나 광고에 출연시켜주겠다며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거액의 교습비를 뜯어낸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자녀들의 방송 출연을 미끼로 15명에게서 5억원을 가로챈 기획사 대표 A씨(48)와 사무 담당 B씨(48)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과거 부부였던 A씨와 B씨는 2016년 10월쯤부터 “아역배우 전문기획사를 운영한다”며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접근해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했다. 이어 “아이가 끼도 있고 인물도 괜찮은데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가전속계약을 맺고 교습을 받도록 했다. 부모들이 연 2400만원에 이르는 교습비를 부담스러워하면 “나중에 영화나 드라마, 광고 출연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유명 작품 출연은 오랜 기간 성사되지 않았다. 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A씨는 “신고하면 (자녀들이)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겁박했다. 부모들은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끙끙 앓아왔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6월까지 1년8개월여 간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아역배우 지망생 15명의 부모에게서 각각 300만~7000만원을 뜯어냈다.

두 사람은 사기를 의심한 한 피해자가 지난해 8월 이들을 고소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TV 오디션프로그램이나 다른 연기학원 등에서 아역배우 지원자의 인적사항과 부모 연락처가 담긴 연락망을 구한 뒤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과거에도 몇 차례 기획사를 차리고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다른 범죄 사실을 조사 중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