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 연체율 상승… 경기침체, 금융으로 전염되나

입력 2019-05-07 04:06
카드·보험사 등 2금융권과 지방은행 ‘약한 고리’… 다중채무자, 금융기관 부실 확산시키는 방아쇠 될 수 있다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이 올 1분기부터 뚜렷이 상승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실물경제의 침체가 금융권에 주름을 지우기 시작한 징후로 보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4대 시중은행(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02~0.04% 포인트씩 일제히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1% 미만으로 높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지방은행은 연체율이 이미 1%를 넘은 곳이 적지 않다. 자동차·조선·해운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더 큰 문제는 카드 보험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다. 주요 7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모두 작년 1분기보다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1.14%에서 1.49%로 0.35% 포인트, 현대카드는 0.86%에서 1.10%로 0.24% 포인트 올랐다. 우리카드는 작년 3월 말 1.94%였던 연체율이 올해 3월 말 2.06%로 올라 2%대에 진입했다.

저신용자와 저소득층이 상황이 급할 때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다. 금리가 높은 대신 대출심사과정이 간편해 쉽게 대출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실직, 폐업 등으로 여기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다. 생활고 등으로 보험계약을 자발적으로 해지하거나 보험료 납부를 못해 강제 해지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115만6203건(4조8000억원)의 생명보험이 해지·효력상실로 환급됐다. 두 달간 해지·효력상실 환급 건수가 작년 연간 건수의 18.3%에 이른다. 채무자 중 연체 위험이 가장 높은 건 개인사업자(자영업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평균 4곳에서 대출을 받는 등 ‘다중 채무’를 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이 많다. 한국금융연구원과 코리아크레딧뷰는 최근 ‘가계부채 분석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 영향을 받은 소매업과 제조업 등에서 연체율이 특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자영업자와 제2금융권을 가계대출 문제의 ‘뇌관’으로 지목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며 안심할 때가 아니다.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대부분이 다중채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 금융기관의 부실은 다른 금융기관으로 쉽게 ‘전염’될 수 있다. 투자와 수출이 가라앉고 소비증가세도 둔화하면서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도 짙어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이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 저신용자 등 3대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실태와 2금융권 상황을 긴급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