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에서 ‘빨간바지의 마법’을 부리는 것일까. 여자 골퍼 김세영(26)의 연장 불패 신화가 계속되고 있다.
김세영은 6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655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크게 부진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바지를 입고 나왔지만 샷난조가 이어졌다. 전날까지 2위에 3타차 앞선 중간합계 10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질주해 여유 있게 우승을 낙관했지만 1번홀부터 더블보기를 범한데 이어 2번홀에서도 보기에 그쳤다. 심지어 8번홀에선 1m 남짓한 파퍼트를 놓쳐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3오버파에 그쳤다. 결국 김세영은 최종합계 7언더파로 이정은(22), 브론테 로(영국)와 동타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연장에서 김세영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김세영은 언제 부진했냐는 듯 정확한 샷감을 뽐냈다. 이정은과 로가 파에 그치는 것을 본 김세영은 곧바로 버디를 낚으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로써 김세영은 지난해 7월 숀베리 크리크 클래식 이후 10개월 만에 LPGA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김세영은 통산 8승 중 4승을 모두 연장에서 가져갔다. 연장 4전 전승이다. 2015년 LPGA 투어 첫 우승이었던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도 연장전 끝에 트로피를 가져갔다. 특히 그해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선 박인비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샷 이글로 역전 드라마를 써 크게 화제가 됐다. 그때마다 빨간바지가 유독 눈에 들어와 김세영의 닉네임은 ‘빨간바지의 마법사’가 됐다. 이제 ‘연장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추가하게 됐다. 김세영은 또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에 이어 LPGA 투어 한국 선수 최다승 5위에 올랐다.
김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어차피 우승에 굉장히 가까웠다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으니 어떻게든 이기자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그런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내 목표는 골프 명예의 전당인데 가까워진 것 같아서 뜻깊다”면서 “저녁에 맛있는 것 먹으면서 우승을 자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라운드까지 공동 9위였던 이정은은 이날 15번홀부터 마지막 4개홀에서만 4타를 줄이는 놀라운 뒷심으로 김세영을 추격했지만 연장에서 스리퍼트를 해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LPGA 투어 진출 이후 최고 성적을 내며 신인왕 0순위의 면모를 맘껏 뽐냈다. 이정은은 “스코어 등 모든 게 만족스럽다”며 “처음으로 LPGA 투어에서 연장전을 경험한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 횟수는 총 6회로 늘었다. 태극 낭자군단은 11개 대회 중 절반 이상의 트로피를 수집하며 세계 최강의 기량을 입증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