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무역협상 난기류… 최악 사태 대비해야

입력 2019-05-07 04:08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막판에 난기류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트윗에 판이 흔들리고 있다. 양국 고위급 협상단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주앉을 계획이었다. 미·중 정상이 서명할 합의문을 완성하게 될 거라는 기대가 컸다. 이를 사흘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상황에 불만을 터뜨리며 10일부터 중국 제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대놓고 협박한 것이다. 이에 중국 협상단이 워싱턴행을 아예 취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1년이 넘도록 세계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은 막바지에 오히려 극대화됐다. 트럼프의 행동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흥정의 일환일 수도 있다. 미국의 여러 전문가가 그렇게 분석했으나, 하나같이 “트럼프는 종잡을 수 없다”는 단서를 붙였다. 두 강대국이 민감한 힘겨루기를 예측불허 국면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주변국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떤 낙관도 배제한 채 냉정하게 주시하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7일부터 주식과 외환 시장이 크게 술렁일 수 있다. 트럼프의 트윗 이후 상하이 증시는 장중 5% 넘게 급락했고 위안화 투매 현상도 나타났다. 뉴욕 증시도 긴장한 조짐이 역력하다. 환율이 불안한 한국 금융시장은 북한 도발에 무역협상 난기류까지 겹쳐 동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필요해 보인다. 트윗에서 예고한 것처럼 트럼프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할 경우 한국은 큰 타격을 입는다.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우리 수출품목이 추가 관세 대상에 다수 포함될 수 있다. 미·중의 쟁점인 중국 산업보조금 정책도 한국 제조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중국이 보조금으로 육성하는 분야가 우리 주력산업과 중첩돼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해소되길 기다릴 게 아니라 안고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미·중 경쟁구도와 보호주의 추세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은 언제 다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악조건을 헤쳐가려면 항상 최악을 가정해 대비하며 경제의 체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