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장민] 선제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입력 2019-05-07 03:59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로 최근 10년래 최저치(-0.3%)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부진에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라는 해외 요인이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산업 구조조정 지연, 미흡한 규제개혁 속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구조적 문제도 작용했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단기적 경기대응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풀고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적 정책 대응이 필수적이다.

단기적 대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다.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돌고 물가상승률도 목표 수준인 2%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 인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최근 그나마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하고 내외 금리차도 더욱 확대시키면서 금융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 특히 이런 이유로 인해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인하 기조를 계속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예상한다면 정책이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최근의 소비나 투자 부진이 금리가 높아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금리 인하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정 측면에서 당장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추경이나 한시적 세금 인하와 같은 재정 확대다. 마침 정부가 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 대응에 필요한 적정 규모나 편성 내역을 두고 논란은 있지만 추경이 조기에 확정돼 집행된다면 경기 급락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더욱이 재정정책은 통화정책과 달리 일자리 지원이나 산업 구조조정 지역 지원 등 용도를 특정해 집행할 수 있어 필요하다면 2차 추경을 통해 추가적인 경기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추경은 단기 경기부양 효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구조적 문제 해결과 같은 중장기 대응과는 거리가 있다.

이처럼 여러 제약은 있지만 경기가 계속 부진할 경우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정책일 것이다. 그러나 그 유용성은 주로 단기적 경기변동 대응에 국한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경제를 서서히 갉아먹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는 산업, 과학, 교육, 복지정책 등 정부의 정책이 총 망라되어 종합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재정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확장적 재정정책 요구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운용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중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재정 수요가 급증하면서 빠르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말하면 지금 재정건전성 유지에 힘쓰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직 재정정책 여력이 있을 때 선제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부문으로 충분히 재정을 확대함으로써 장기적인 재정기반을 다지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을 감안할 때 단기적 지출 축소를 통한 채무 감축보다는 성장을 통한 재정 건전화가 바람직하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다. 교육, 복지 부문에 대한 지출 확대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와 노동시장 개혁,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일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오랫동안 잠복돼 온 구조적 문제를 계속 끌고 나간다면 한국 경제는 백약이 무효인 회복불능 상황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 경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성장 기반을 강화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재정정책의 운용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