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내에 멸종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 박사의 경고다. 지구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상호 연관된 존재인지를 이보다 더 명료하고 실감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다 문득 아인슈타인 박사의 이 문구를 떠올려 보았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의 수는 약 100만명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 10년 이상 거주한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의 비율도 60.6%에 달해 전반적으로 장기 거주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정부 당국의 적극적 정책과 민간 영역의 협조, 당사자들의 노력에 의해 이들의 주축을 이루는 결혼 이민자와 귀화자, 그리고 그들 자녀의 삶의 질은 이전 조사 결과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빈곤과 사회적 소외를 겪고 있는 다문화가구의 비율은 여전히 높다. 또 대다수의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들이 자녀의 학업이나 진로에 관한 정보 부족, 교육비나 양육비용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 다문화가족 자녀들은 여전히 학교 폭력이나 차별경험에 노출돼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취학률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전체 취학률과의 격차가 커진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이 취업 등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점을 감안한다면 다문화가족의 상당수는 삶의 균등한 기회에서 구조적으로 제외되는 상태에 놓일 우려가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소외가 일상화되고, 이들이 빈곤의 외딴섬으로 격리되는 아픔을 겪는 사회에서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타의 구성원 역시 똑같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름을 수용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려는 태도는 사회통합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나 자신의 존재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조건을 향상시킴으로써 비로소 스스로의 존재론적 지위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고양시킬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던가? 인간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우리가 함께 존재하기에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고.
차윤경(한양대 교수·교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