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
2016년, ‘국민들이 101명의 연습생 중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멤버를 직접 뽑는다’는 포맷의 오디션 예능이 첫 전파를 탔다.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Mnet)이다.
일면 간단한 얼개의 이 프로그램이 방송계와 가요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선정성, 연습생 간 불균등한 분량 논란 등에도 이 방송의 성공에 자극받은 유사한 오디션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KBS2), ‘믹스나인’(JTBC) 등이다.
팬덤 문화도 능동적으로 변했다. 일부 팬들은 응원하는 연습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온라인 투표를 독려하는 옥외 광고를 설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디션이 가진 오락성과 팬덤 문화의 결합은 매 시즌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이라는 ‘대박 그룹’을 만들어냈다.
지난 3일 남자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네 번째 시즌 ‘프로듀스 X 101’(사진)이 베일을 벗었다. ‘제2의 워너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방송 후 일부 연습생의 이름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높은 등수 연습생들에게는 공식 홈페이지 안에 벌써 수백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시즌을 거치며 자리잡은 프로그램 얼개와 유사한 스토리텔링 방식 등이 단조롭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내용만 조금 달리한 오디션 예능이 반복되며 누적된 피로감도 있다. 식상함은 ‘대박 그룹’의 탄생이란 필승 공식에도 얼마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빌보드 진출을 목표로 하고, 데뷔 그룹과 계약 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등의 변화로 신선함을 보강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안준영 PD는 “큰 틀은 유지한 채 변주를 둬 새롭게 다가가려 한다”며 “숨은 보석들을 많이 발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