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폭행, 살인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사법입원제 검토를 공식화했다. 사법입원제가 도입되면 4촌 이내 친족이나 동거인도 정신질환 환자의 강제입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강제입원 요건이 완화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일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일제점검 계획’을 발표하며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에 의해 피살된 ‘임세원 교수 사건’ 때만 해도 사법입원제에 부정적이었지만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연이어 터지자 입장을 바꿨다.
현재 강제입원은 응급입원과 행정입원, 보호입원 3가지 종류가 있다. 응급입원은 의사와 경찰, 행정입원은 지방자치단체장, 보호입원은 환자의 보호자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2017년 6만여건의 강제입원 중 응급입원은 6445건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 활용도가 낮고, 보호입원은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가 아니면 안 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42)도 범행 직전 형이 강제입원을 시도했으나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실패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19일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의 활성화를 위해 수가 인상을 검토하고 예산 지원을 추진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강제입원에 대한 환자의 ‘반감’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5일 “진주 방화살인 사건, 임세원 교수 사건 모두 강제입원이 이뤄지지 않거나 환자가 강제입원에 반감을 가진 게 원인”이라고 했다.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면 입원이 필요한지에 관한 최종 판단을 법원이 하게 된다. 이는 인신구속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진다는 의미가 있다. 의료계는 강제입원이 ‘입원’이라는 ‘의료적’ 요인 외에 ‘강제’라는 ‘인신구속’ 요인을 갖고 있어 이 ‘인신구속’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사법입원제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원심사위)가 있어 사법입원제가 도입될 경우 둘의 기능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원심사위는 강제입원 환자의 입원 필요성을 심사하는 행정기관이다.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 시행되면서 새롭게 도입됐다.
다만 입원심사위는 불필요한 강제입원을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 입원심사위는 제도 시행 3개월간 증빙서류를 구비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강제입원 환자 115명에게 퇴원 결정을 내렸다. 현재 5개 국립정신병원에 12개의 심사위원회가 각각 설치돼 있고 58개 소위원회가 운영 중이다. 환자의 진술 기회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심사는 대부분 서류로만 이뤄지고 대면심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진행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사위원회와 사법입원제가 완전히 상충되는 건 아니다”라며 “심사위원회를 유지하면서 보완적으로 두 제도를 병행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도 도입 논의의 배경과 쟁점 및 과제’ 보고서에서 “사법입원제의 핵심은 심사 주체가 법원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독립기관에 의한 사법적 심사 규정”이라며 입원심사위가 사법적 기능을 갖추게 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