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또 충돌… 로켓포 650여발·공습 주고받아 15명 사망

입력 2019-05-05 19:00 수정 2019-05-05 23:57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피와 보복의 악순환에 빠졌다. 양측은 최근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했지만 고작 한 달여 만에 다시 충돌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이스라엘군이 보복을 명분으로 로켓포 공격과 전투기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양측에서 사흘간 최소 15명이 숨지는 등 과거 분쟁 양상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이스라엘 해안도시 아슈켈론에서 이스라엘 남성 3명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로켓 공격에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수없이 분쟁을 벌였지만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이스라엘인이 사망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는 더 크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4개월짜리 여자아이와 임신한 30대 여성을 포함해 사흘간 12명이 숨졌다. 올 들어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양측 간 교전 중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시설 260여곳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다만 민간인 사망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망한 팔레스타인 모녀의 친척들은 AP통신에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집 마당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미사일이 날아들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번 분쟁은 3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지하드 저격수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인 2명이 부상당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공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격 첫날 하마스 조직원 2명과 시위를 하던 팔레스타인 민간인 2명이 숨지자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포 250여발을 쐈다. 로켓포 대부분은 이스라엘 방공시스템 아이언돔에 요격됐지만, 일부 로켓이 주택가에 떨어져 80대 여성과 50대 남성, 10대 소년 등 3명이 부상당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다음 날도 로켓포 400여발을 추가 발사했다.

양측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과거에도 끊임없이 분쟁을 벌이며 민간인을 희생시켰다. 특히 2006년 무장정파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고 이스라엘 내에서도 극우 목소리가 커지면서 분쟁이 격화됐다. 2014년 7월 벌어진 50일 전쟁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당시 분쟁에서 이스라엘은 무려 50일간 가자지구를 공습했고 하마스도 로켓공격으로 맞섰다.

양측은 지난 3월에도 공습과 포격을 주고받으며 격렬하게 분쟁했다. 당시 양측은 각각 내부 강경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이어 장기 휴전협정을 맺기 위해 협의해 왔지만, 분쟁으로 협정이 위협받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76년 3월 30일 이스라엘의 영토 점거에 항의하다 팔레스타인 6명이 숨진 사건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 시위를 벌여왔다.

최근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미국은 즉각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하마스와 지하드가 이스라엘의 민간인과 그들의 거주지를 겨냥해 다량의 로켓포 공격을 한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중동평화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