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좌파독재 저지’를 내세우며 연일 장외 투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이후 지난주 처음 찾은 광주에서 ‘물세례’를 맞았지만, 황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순회 일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선거제 개혁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정국이 경색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과 함께 보수 결집과 ‘황교안 대(對) 문재인’ 대결 구도 구축을 노린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황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총체적 실정을 국민 속으로 들어가 설명하기 위해 ‘민생 투쟁 대장정’을 하겠다”면서 “국토의 남단으로부터 중앙까지 쭉 훑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차 전국 순회의 첫 행선지로 부산·경남(PK)을 택했다.
당 관계자는 “대도시 거점 지역에서만 유세했던 지난주와 달리 앞으로는 지역을 구석구석 훑으며 국민과의 스킨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재래시장과 마을회관, 중소기업체 등을 폭넓게 찾아다니겠다는 방침이다. 순회 일정도 길게는 한 달까지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앞서 지난 2~3일 KTX ‘경부선’과 ‘호남선’을 타고 대전·대구·부산·광주·전주를 돌며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전을 벌였고 4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황 대표의 계속되는 장외 행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과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 보수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 안에서도 현 정부에 비판적인 표심을 흡수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황 대표가 2차 전국 순회의 첫 행선지로 PK를 택한 것 역시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PK 지역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 신인인 황 대표가 ‘투사(鬪士)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장외 행보를 이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한국당 대 나머지 정당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동시에 ‘문재인 대 황교안’ 간 싸움으로까지 비치게 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도 “황 대표가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면 끈기 있게 대여 투쟁을 이끄는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국이 꽉 막힌 상황에서 제1야당이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느냐”는 기류가 강하다. 여야는 주말에도 고소·고발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조경태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8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추가 고발하자 한국당도 4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박광온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을 폭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