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물세례 받았지만… 보수 결집·‘황 vs 문 프레임’ 노리고 전국 순회 재시동?

입력 2019-05-06 04:0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문재인 정권 규탄 3차 집회에 참석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좌파독재 저지’를 내세우며 연일 장외 투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이후 지난주 처음 찾은 광주에서 ‘물세례’를 맞았지만, 황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순회 일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선거제 개혁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정국이 경색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과 함께 보수 결집과 ‘황교안 대(對) 문재인’ 대결 구도 구축을 노린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황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총체적 실정을 국민 속으로 들어가 설명하기 위해 ‘민생 투쟁 대장정’을 하겠다”면서 “국토의 남단으로부터 중앙까지 쭉 훑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차 전국 순회의 첫 행선지로 부산·경남(PK)을 택했다.

당 관계자는 “대도시 거점 지역에서만 유세했던 지난주와 달리 앞으로는 지역을 구석구석 훑으며 국민과의 스킨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재래시장과 마을회관, 중소기업체 등을 폭넓게 찾아다니겠다는 방침이다. 순회 일정도 길게는 한 달까지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앞서 지난 2~3일 KTX ‘경부선’과 ‘호남선’을 타고 대전·대구·부산·광주·전주를 돌며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전을 벌였고 4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오른쪽 세 번째) 대표와 나경원(왼쪽 세 번째) 원내대표가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규탄 3차 집회를 열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경제를 망가뜨려 놓고 문재인이 사과하는 것 들어봤나. 정말 염치없고 뻔뻔한 정부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황 대표의 계속되는 장외 행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과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 보수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 안에서도 현 정부에 비판적인 표심을 흡수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황 대표가 2차 전국 순회의 첫 행선지로 PK를 택한 것 역시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PK 지역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 신인인 황 대표가 ‘투사(鬪士)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장외 행보를 이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한국당 대 나머지 정당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동시에 ‘문재인 대 황교안’ 간 싸움으로까지 비치게 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도 “황 대표가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면 끈기 있게 대여 투쟁을 이끄는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국이 꽉 막힌 상황에서 제1야당이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느냐”는 기류가 강하다. 여야는 주말에도 고소·고발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조경태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8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추가 고발하자 한국당도 4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박광온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을 폭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