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7000만원 때문에?”… 일가족 4명 ‘어린이날 비극’

입력 2019-05-05 19:15 수정 2019-05-05 21:2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빠는 4살 아들을 꼭 껴안고 있었다. 엄마는 두 살배기 딸을 끌어안은 채였다. 어린이날인 5일 30대 부부가 아들과 딸을 꼭 안은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시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5분쯤 경기도 시흥시 은행동의 한 농로에 주차된 SUV차량에서 A씨(34)와 아내(35), 아들(4)과 딸(2)까지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운전석 뒷좌석에는 A씨가 아들을, 조수석 뒷좌석에는 A씨의 아내가 딸을 각각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숨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날 오전 11시쯤 경기도 광명시 한 렌터카 업체로부터 이 차량을 빌렸다. 이날 0시30분까지 반납하기로 돼 있던 SUV차량이 입고되지 않자 렌터카 업체 측은 GPS 추적을 통해 차의 위치를 확보했다. 농사를 위해 가끔 오가는 사람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문 농로였다.

렌터카 업체 직원은 차량을 수거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A씨 가족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한 차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기지는 않았다. 문을 열자 내부에 연기가 가득했고 매캐한 냄새가 났다. 차량 바닥에는 불을 피웠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A씨 가족이 아무도 움직이지 않자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량 문이 닫혀 있었고,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차량 내부와 A씨 가족의 옷과 소지품 등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A씨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 부부가 부채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김포의 한 공장에 다녔던 A씨는 결혼 전부터 빚에 시달려 왔고 결혼 후에도 계속 빚이 늘자 파산신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부채 규모는 7000만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후 개인회생절차에 들어가 월급에서 매월 80만원씩 이를 상환해 왔으나 가족 4명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최근까지 A씨는 가족들과 광명시에 있는 장모집에서 생활했고 A씨 아내도 콜센터에서 몇 개월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A씨는 2차로 회생절차를 신청하려 했으나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되지 않는 등 자격요건 때문에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 측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부분에 대한 사실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일가족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시흥=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