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달러에 맥 못추는 코스피… 정점 치닫는 ‘위험자산 투자’

입력 2019-05-06 04:09

‘강(强) 달러’의 나비효과가 코스피지수를 짓누르고 있다. 코스피 시장은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동조해 2200선을 회복했지만 달러 강세와 1분기 ‘역성장 쇼크’에 밀려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위험자산 쏠림’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중심에 서있는 뉴욕 증시가 1분기 호실적, 양호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 0.74% 떨어진 2196.32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개장일인 1월 2일(2010.00)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3월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200선을 사수하기도 버거운 상태다. 코스피를 압박하는 외부 요인은 달러 강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70원대에 올라서기는 2017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달러 강세는 미국 금융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모이게 만든다. 신흥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한국의 경기 불확실성 확대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다. 해외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내려잡았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원화 약세 압력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이와 달리 미국 뉴욕 증시는 훨훨 날고 있다. 3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1.58% 급등한 8164.00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연초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원조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30일 미국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1조 달러를 달성했다.


뉴욕 증시가 강력한 상승 흐름을 타는 배경엔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6%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변신’이 투자심리 회복의 신호탄으로 작용한 뒤 양호한 경제지표가 추가 동력을 제공했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기업 실적도 우려를 빗겨갔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종목 가운데 76%가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뉴욕 증시의 상승 랠리가 길어지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의 ‘꺾이는 시점’이 다가온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더딘 한국 증시의 회복 속도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하락장에서 주요국 증시보다 취약한 모습을 노출해 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일 “글로벌 위험자산 심리는 정점에 다 왔거나 정점을 통과 중”이라며 “하락 추세 재개에 대비하는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증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이 달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 지속 여부가 이달 한국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