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가치 투자의 귀재’가 변심(變心)을 한 걸까.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렸다. 화제는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89·사진) 회장이 아마존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아마존 주식을 처음으로 사들였다.
주주총회 장소를 찾은 투자자 4만여명의 시선은 ‘투자 철학’이 달라졌는지에 쏠렸다. 버핏 회장의 대표적 투자 원칙은 ‘유틸리티(전기·가스 등), 소비재 등의 우량주가 저평가됐을 때 사들인다’는 것이다. 버핏 회장은 100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일구는 와중에서 정보기술(IT) 기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IT 기업은 애플 정도에 불과했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아마존에 투자한 것은 절대적으로 가치투자에 해당한다. 원칙에 따른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렴한 은행주에 투자하는 것과 아마존에 투자하는 건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아마존 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뜻이다. 그는 “아마존을 산 건 내가 아니라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직원 중 1명”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심경의 변화’마저 숨기지는 못했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아마존은) 완벽한 기적과 같은 회사”라고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최고경영자)의 피를 수혈받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앞서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마존 지분을 더 빨리 사지 않은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버핏의 파트너’ 찰스 멍거(95)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도 기술주 투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멍거 부회장은 “(구글 투자 기회가 있을 때) 우리는 그냥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며 “버핏도 나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두 명의 ‘투자 달인’이 아쉬움을 곱씹는 와중에도 버크셔는 올해 1분기 217억 달러(약 25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1분기 11억 달러(약 1조2870억원) 순손실이라는 성적표와 비교하면 크게 나아졌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역대급 손실을 입은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 하인즈 관련 실적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크래프트 하인즈 측이 회계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다. 수치가 나오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