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약속 깨는 것 원치 않아… 결국 딜 이뤄질 것”

입력 2019-05-06 04:0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동해상으로 발사되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예고 없이 실시한 화력타격훈련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에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5일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낙관론을 버리지 않았다. 이번 발사체가 용인할 수 있는 범주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 사실을 보고 받고 한때 “분개했다(pissed off)”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그의 인내력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정은이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장담하면서 두 정상 간 신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비핵화 협상은 결국 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우 흥미로운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트위터 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자신이 즐겨 사용해온 ‘지도자(leader)’ 단어를 뺀 채 ‘김정은’이라고만 표기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배신감을 은연 중에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 직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보고를 받았다. 이어 심사숙고를 거쳐 발사 13시간 뒤 트위터로 첫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맞불 대응을 할 경우 힘들게 만든 북·미 대화 채널이 무너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의 강공책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야기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의 보고를 받은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함부로 대한 것처럼 분개했다”고 보도했다. 또 고위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는 어떤 트위터 글도 올리지 말 것을 강하게 조언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취한 트위터 글을 올릴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전날 밤 보고를 받을 때처럼 벌컥 화를 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복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가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안도감에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복스 기사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추가 액션을 취할 경우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공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활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필요에 따라 감시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1·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낡은 각본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어 “북한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전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미국에 약속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번 발사가 약속 위반은 아니라는 지적도 미국 내에서 제기됐다. 시선은 오는 9∼10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쏠린다. 그가 미국의 정리된 입장을 한국에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