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원투수 나선 공공기관… 상반기 ‘23조’ 푼다

입력 2019-05-05 18:45

정부가 공공기관을 이용한 ‘돈 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부터 꺾이고 있는 경기를 떠받칠 재정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늦어지자 공공기관의 투자 집행을 서두르는 것이다. 33개 주요 공공기관은 올해 상반기에 약 23조원의 돈을 풀 예정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조기집행 관리대상인 33개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투자 목표액은 39조원이다. 정부는 절반이 넘는 약 23조원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공공기관 조기집행 규모를 키우고,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투자 속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경기 악화가 있다. 지난해 4분기 1.0% 성장했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 -0.3%로 곤두박질을 쳤다. 생산과 투자 등 실물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말보다 연초에 정부의 재정 집행 규모가 크지 않아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종 예산의 상반기 조기집행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공공기관 투자 집행은 정부 지출처럼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33개 주요 공공기관은 1분기에 약 10조원 투자 집행을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분기에 2조5937억원을 투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1조666억원, 한국전력공사는 1조85억원, 한국수력원자력은 5978억원, 한국수자원공사는 4209억원을 썼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에 투자 조기집행 여력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은 6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54.8%로 전년보다 2.7% 포인트 줄었다. 부채보다 자본이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난해 공공기관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7조2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정부는 연료비 상승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일부 공공기관의 손실이 컸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공기관 전반의 경영 부실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약 10조원의 투자 집행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라며 “공공기관들이 조기집행을 할 수 있는 여력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