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만의 즉위식… 태국 전역이 들썩

입력 2019-05-05 19:00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이 지난 4일 방콕의 왕궁에서 치러진 즉위식에서 옥좌에 앉아 있다. 200년 전 제작된 왕관은 황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무게가 7.3㎏이나 나간다. AP뉴시스

마하 와치랄롱꼰(66·라마 10세) 태국 국왕의 즉위식이 4일 시작돼 6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태국에서 국왕의 대관식이 열린 것은 1950년 5월 선친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 이후 69년 만이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4일 즉위식에서 7㎏ 무게가 나가는 왕관이 국왕의 머리 위에 놓여졌다고 전했다. 국왕은 왕관을 받기 전 전통에 따라 흰 옷차림으로 태국 전역에서 길어 올린 성수를 자신의 머리와 몸에 붓는 정화 의식을 치렀다.

태국 전역의 사찰에서 종이 울렸고, 방콕의 왕궁 밖에서는 육·해·공군 포병대가 예포 수십발을 발사했다.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국민 20만여명이 방콕 거리로 나와 즉위식을 축하했다. 5일 이틀째에는 시민들의 환호 속에 국왕의 시내 퍼레이드가 열렸다. 마지막날인 6일에는 국왕이 왕궁 발코니에서 국민에게 인사한 뒤 태국의 각계 대표들과 태국 주재 각국 외교사절단의 알현을 받는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선친이 2016년 10월 서거한 뒤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조문과 장례식 등을 이유로 그동안 대관식을 미뤄왔다. 2년반 동안 태국보다는 독일에 주로 머물렀던 그는 지난 3월 총선에서 군부정권을 지지하는 여당 팔랑쁘라차랏당이 승리하자 “5월 9일 선관위의 최종 총선결과 발표 직전인 5월 4~6일 3일간 방콕 왕궁에서 대관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관식을 앞둔 지난 2일 승무원 출신의 경호대장 수티다 나 아유타야(40)와 결혼한 뒤 왕비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혼은 와치랄롱꼰 국왕의 네 번째 결혼이다. 와치랄롱꼰 국왕과 수티다 왕비는 오랫동안 염문설이 났지만 공식적으로 관계를 인정한 적은 없다.

태국 전역은 즉위식으로 떠들썩하지만 정국은 안갯속이다. 총선에서 여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이 840만여표를 얻어 790만표를 얻은 제1야당 푸어타이당을 앞섰지만 과반에 미치지 못한 만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푸어타이당이 다른 야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군부로부터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태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군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새 국왕은 팔랑쁘라차랏당 주도의 연립정부가 구성되길 바랄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와치랄롱꼰 국왕이 최근 총선 때 두 차례나 자신의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볼 때 그가 재위 기간 매우 ‘개입적인 국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