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철수 이어 ‘9·19 합의’에 찬물, 좁아지는 문 대통령 입지

입력 2019-05-06 04:02
사진=이동희 기자

대미 강경 기조로 돌아선 북한이 잇따른 무리수로 남북 정상 간 합의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때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더니 이번엔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도발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의 존립 근거까지 흔들고 있다. 남·북·미 3자 정상외교의 근간인 대북 신뢰 자체를 떨어뜨리는 행위여서 문재인(사진) 대통령의 중재 입지도 축소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3월 22일 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연락사무소는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합의한 사안이다. 정상 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고, 북한은 이를 의식한 듯 사흘 만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복귀했다. 이번에는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 외교 소식통은 5일 “이번 발사로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당시 양 정상 임석하에 군 책임자들이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위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남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해야 한다’며 판문점선언의 군사적 이행에 포괄적으로 합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선 3일 군 지휘부로부터 국방 현안을 보고받고 “군사분야 합의서를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북한이 먼저 도발에 나선 것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도발 줄타기가 지속된다면 남·북·미 정상 간 합의에 대한 신뢰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북한이 아무리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 해도 군사 도발이 반복되면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역시 한·미 양국 보수 진영의 비판 속에 중재 역할을 이어가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강준구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