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존스강의 기적’, 보잉737 착륙하다 강에 빠졌는데 경상만 22명

입력 2019-05-05 19:01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해군기지 소속 경비정이 3일(현지시간) 강물에 빠진 마이애미 소속 보잉737-800 여객기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 여객기는 쿠바 관타나모 기지를 떠나 잭슨빌 해군기지 활주로에 착륙하려다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세인트존스강에 빠졌다. 승객과 승무원 143명 중 22명이 경상을 입었을 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AP뉴시스

미국에서 보잉 737-800 여객기가 악천후에 착륙을 시도하다 강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143명 중 22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을 뿐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미국 언론은 10년 전 발생한 유사 사고인 ‘허드슨강의 기적’에 빗대 ‘세인트존스강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서 이륙한 마이애미항공 LL293편은 3일 오후 9시40분(현지시간)쯤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해군 항공기지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세인트존스강에 빠졌다. 사고 당시 잭슨빌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여객기는 수심이 얕은 곳에 추락해 인명피해는 경미했다. 승객 136명과 승무원 7명 중 22명이 경상을 입었다. 여객기는 미군 전세기로 승객 대부분이 군인과 군무원 및 그 가족이었다. 현지 당국은 사고 직후 부상자 수를 21명으로 발표했다가 3세 어린이가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1명을 추가했다. 화물칸에는 애완동물이 있었지만 안전상 이유로 구조되지 않았다. 이들은 비행기가 침수되면서 모두 죽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은 비에 젖은 활주로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변호사 셰릴 보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땅에 닿는가 싶더니 다시 튀어 올랐다”며 “조종사가 비행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여러 차례 튀어 오르고 왼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보만은 “승무원이 신속히 지시를 내려줘서 승객들은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며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날개 위로 올라가 구명정을 타고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서로를 도왔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2009년 1월 뉴욕에서 발생한 US에어웨이스 추락사고와 비교하고 있다. 당시 US에어웨이스 1549편은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해 큰 손상을 입고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다.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 등 승무원의 기민한 대처로 승객과 승무원 155명 전원이 구조되면서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렸고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올리버 맥지 전 미 교통부 부차관보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잭슨빌에는 23분 만에 4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서 조종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인트존스강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