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학대 막으려면 ‘양육=가정사’ 인식부터 바꿔야

입력 2019-05-06 04:04
올해도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학대 통계가 공개됐다.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한 해도 꺾이지 않던 학대 건수는 이번에도 증가했다. 지난해 3만6392건 신고가 접수돼 2만4433건이 학대로 판정됐다. 전년보다 9.2%, 5년 전보다 2.4배 늘어났다. 가해자는 계부·계모를 포함한 부모가 75%를 차지했고, 정서학대 신체학대 성학대 등 여러 유형을 동시에 저지른 중복학대가 가장 많았다. 지난 5년간 134명이 이렇게 학대를 당하다 목숨을 잃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그랬다. 광주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열두 살 소녀는 계부·친모·친부에게 신체학대와 성학대를 오가는 중복학대를 당하다가 결국 그들에게 살해됐다. 그의 죽음은 어린이날을 꼭 1주일 앞두고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런 통계가 발표될 것을 미리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한국사회 아동학대의 전형이 담겨 있었다. 숫자는 그 속에 담긴 고통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 어린이날에 맞춰 연례행사처럼 공개되는 아동학대 통계. 이번에는 열두 살 소녀의 비극을 떠올리며 제대로 읽어야 한다.

학대를 저질러 적발되고도 다시 아이를 학대한 재학대 사건이 지난해 전체 아동학대의 10%를 넘었다. 현재의 처벌이 충분한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질적 예방 효과가 나타나도록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이는 피해아동 보호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광주의 열두 살 소녀도 아동보호기관을 거쳤지만 보호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이런 사후 조치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건 사전 예방일 것이다. 전체 학대의 75%가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아이 문제를 가정사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만큼은 공권력이 가정의 담장을 넘어 충분히 개입해야 한다. 친부에게 폭행당한 광주 소녀를 아동보호기관이 계부에게 보내고, 계부가 성추행하다 내놓으니 다시 친부에게 보냈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양육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양육은 사회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정의 담장을 대폭 낮추는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