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불안 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2년4개월 만에 1170원을 넘어섰다. 최근 10여 일 사이에 30원이나 올랐다. 속도가 가파르다.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것은 원화 값을 낮추는 ‘한국 경제 부진’과 달러화 값을 높이는 ‘미국 경제 강세’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1분기 깜짝 성장률’, 반세기 만의 최저 4월 실업률(3.6%)에서 보듯 예상보다 탄탄한 흐름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0.3%) 쇼크에 이어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위험도 상승하고 있다.
환율 오름세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 외환시장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정 통화에 대한 가격인 환율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조정되는 게 원칙이다. 이 원칙을 어기고 시장에 맞서 원화 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1998년 외환위기가 생생히 보여줬다. 외환보유액만 소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환율을 방어하느라 귀중한 외환을 낭비해 자칫 외환위기가 재발할 뻔했다.
기본적으로 환율은 시장 수요와 공급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원화 약세가 되면 수입품 가격은 오르지만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져 수출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다.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이를 통해 국제수지 개선이 이뤄져 환율은 균형점을 찾아간다. 너무 빠르게 환율이 오르거나 내리면 기업과 가계가 환율을 예측할 수 없어 원만한 경제 활동이 힘들어질 수 있다. 투기세력이 편승해 진폭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이러한 쏠림 현상 방지에 국한해야 한다. 그 경우에도 빈도와 정도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4052억 달러나 되는 외환보유액이 있는 한 국제 단기자본이 급격한 환율 불안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 경제 펀더멘털의 반영인 환율을 잡으려 할 게 아니라 노동시장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기본 체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사설] 불안한 환율… 시장 개입엔 신중해야
입력 2019-05-0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