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미사일 도발로 얻을 것 없다

입력 2019-05-06 04:01
북한이 동해상에서 전술유도무기 발사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술유도무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는 밝히지 않았다. 전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미국을 노린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는 의미이고, 유도라는 표현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제재안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러시아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이스칸다르와 외형이 유사한 발사체가 등장한다. 이스칸다르 미사일은 대기권 밖까지 올라간 뒤 자유낙하하는 방식의 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를 60∼70㎞에서 500㎞까지 조절할 수 있는 무기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것은 사거리가 70∼240여㎞였다. 물론 북한이 수위 조절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기싸움 성격의 저강도 대미 압박용이라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밝혀질 경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지상, 해상, 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남북 군사합의를 무색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가는 탄도미사일은 패트리엇 미사일은 물론이고 사드로도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군사 행보를 하는 것도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방과학원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참관 이후 18일 만에 또 현지지도를 했다. 북한은 당시 시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보란듯이 드러내놓고 도발을 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발사 순서와 방법까지 정해주고 발사 명령을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군은 처음에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여분 후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했다. 그러나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군이 오판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의 도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화를 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참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북한이 아무리 수위를 조절한다고 해도 도발을 계속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인내심을 잃을지 모른다. 북한은 위험한 불장난의 끝은 파국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