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들은 그를 “공룡 아저씨”라고 부르고 어른들은 “털보 관장”이라고 한다. 스스로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라고 여긴다.
이정모(56)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은 최근 서울 노원구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실험실보다 도서관을 더 좋아했고 연구보다 과학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더 재능이 있었다”며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즉 ‘과학 통역사’나 ‘과학 거간꾼’으로 살고 싶었는데 실제 그렇게 살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독일 본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한 그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거쳐 2017년 서울시립과학관 초대 관장으로 부임했다. 이 관장은 교사들과 학생들이 찾아오는 과학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 관련 칼럼과 책을 쓰면서 강연과 방송 출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엔 그 공으로 과학기술훈장도 받았다.
많이 쓰고 많이 말하면 식상할 법도 한데 희한하게 그의 글이나 강의는 늘 재미있다고들 한다. 비결이 뭘까. “내가 원래 재미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집에서 졸다가 아내와 딸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딸이 왜 (못생긴) 아빠랑 결혼했느냐고 물었는데 아내가 ‘웃겼어. 그게 좋았어’라고 하더라. 칭찬인지 욕인지 잠시 생각하긴 했는데 어쨌든 맞는 말”이라며 웃었다.
유머러스한 화법이 전부일까. “대학교수에서 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틀에 한 권 정도 책을 본다. 반은 과학책이고 나머지 반은 다른 분야다. 오래 쓰고 생각하면 글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모든 글은 90분을 넘기지 않고 쓴다.”
그의 글이 명랑한 이유는 타고난 낙천성에 가벼운 마음가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 관장이 최근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사월의책)을 냈다. 2007년부터 쓴 과학책 77권의 서평을 선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 소개된 책을 다 읽기는 어려운 법. 연령대별로 권하고 싶은 책을 물었다.
“초등학생들은 지식을 갈망한다. 과학을 만화로 재미있게 알려주는 와이시리즈가 좋다. 중고생은 돈을 쥐여주고 서점에서 직접 고르게 해야 한다. 대학생 이상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권하고 싶다. 특히 김상욱은 세계 최고의 과학 작가다.” 4대째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기독교인을 위해서는 우종학의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를 추천했다.
그는 신앙과 과학을 대립하는 것으로 여기는 일부 크리스천의 편견을 아쉬워했다. “과학은 사실의 합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합리적 태도이고 자연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이 하나님과 대립할 리가 있겠는가. 교회가 과학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과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복음에 대한 불신이 원인일 것 같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