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빨리 나서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대화가 모두 답보인 상황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을 매개로 교착 상황을 뚫어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도적 지원 문제는 2일 외교부와 통일부에서 동시에 언급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내신 브리핑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이것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한 사안이라는 것”이라며 “특정 시점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정부로서는 조속히 집행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한·미 워킹그룹에서) 대북 문제 관련 여러 현안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다음 주 워킹그룹회의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북한주민의 생활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도 공동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당국 차원의 식량 지원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적극 지원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식량 지원은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식량 상황 조사차 방북했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조만간 조사 결과와 대북 지원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정부가 직접 식량 지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고 북한도 이를 원치 않는다”며 “이달 중순쯤 국제사회나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3개 민간단체가 밀가루 5300t과 옥수수 1만t을 북한에 제공했다.
정부가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WFP에 공여키로 한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금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800만 달러는 2년 전 상황”이라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800만 달러 그대로 한다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강 장관은 북·미 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스코프(범위)를 좀 더 넓혀서 포괄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 합의를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합의·이행을 원하는 북한 사이에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려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강 장관은 “모두가 원하는 것은 ‘굿 딜’이므로 북·미 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굿 딜’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 관건”이라며 “대북 특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다음 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관해선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도록 G20 정상회의나 그 밖의 계기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NHK방송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28일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으나 외교부 당국자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