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앞두고 2일 청와대로 사회 원로들을 초청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모인 원로들은 외교부터 경제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조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를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제안에는 문 대통령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2시간 동안 사회 원로들과와 오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정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국회가 극한 대결로 가면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며 “일정한 야당의 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경색된 국회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야당은 정권을 내주면 초반에 ‘선명야당’을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 극한 투쟁을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 ‘대안정당’이 돼야 한다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며 “이런 국면에서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문제를 풀기가 힘들다. 대통령께서 정국을 직접 풀려는 노력을 하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우식 전 노무현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 참사를 거론했다. 김 전 실장은 “한 계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라며 “탕평과 통합, 너른 인재 등용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국민들의 경제, 정치, 사회적 불안과 국제정세적 불안을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경제 불안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경제 성과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탈원전 명칭보다 에너지믹스, 단계적 에너지 전환으로 말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며 “우리가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니 기술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다”고 제안했다.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는 소득주도성장 대신 고용주도성장을 제안했다. 그는 “기존 2년의 평가가 성공했어도, 실패했어도 국민들은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 한다”며 “고용주도성장으로 정책기조를 바꾸는 변화는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휴수당만이라도 고용부에서 피고용자에게 주면 고용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일본은 지금 레이와 시대로 바뀌는 등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있다”며 “일부 일본 국내 정치에 (과거사 문제를) 이용하려는 부분이 보이지만 국왕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을 격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 전 원장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책은 모든 정권마다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생활지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독립유공자 유가족이 대단히 감사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는 “우리는 왜 산업화와 수출에만 열심이고 민주화 성과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가”라며 “지금 당장의 고용, 못 먹고 못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 달라. 우리는 지금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오후 8시30분 KBS 특집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국정 전반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