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의 공개 비판 이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 내부 불만이 거세지는 가운데 잠시 소강상태였던 검·경의 수사권 공방도 문 총장의 반발을 계기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대검찰청은 2일 문 총장이 당초 예정된 에콰도르 방문을 취소하고 오는 9일로 예정돼 있던 귀국 일정을 4일로 앞당겼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조기 귀국은 앞서 1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전면 반발하는 입장을 낸 것과 무관치 않다.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기에 앞서 검찰 내부 여론을 수렴하고 빠르게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대검 관계자도 “국내 현안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문 총장의 공개 입장 발표 전후로 검찰 내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검 연구관인 차호동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회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고민과 수사 실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 글에 동조하는 댓글도 수십건 달렸다. 한 검사는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검사는 “수사는 처음에 잘못돼도 언제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검찰 고위 간부들도 일제히 문 총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나서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장은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은 지정됐지만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데 검찰이 법안에 그냥 동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계기로 조직 수장인 문 총장을 중심으로 조직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자는 쪽으로 검찰 내부 기류가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이명박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의 책임을 지고 용퇴한 김준규 총장 사례처럼 문 총장의 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일단 문 총장이 남은 두 달 임기 동안 국회 논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검 관계자는 “총장 귀국 후 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입장을 내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의 공식 입장에 경찰도 반박 논리를 제시하는 등 검·경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수사 전반에서 검찰의 통제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경찰의 수사 진행 단계 및 종결사건에 대해 검찰의 통제장치를 촘촘히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대용 조민영 이사야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