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이 2일 청와대 앞 분수대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경부선’을 타고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좌파 장기집권을 위한 수단”이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한국당은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작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로 투쟁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이 대오각성하고 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총선용 선심 정책과 공기업 혈세 파티를 즉각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뒤이어 서울역에서 시작해 KTX를 타고 대전과 대구, 부산으로 이동하면서 정부의 경제 실정과 범여권의 패스트트랙 공조 등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황 대표는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역대 최악의 마이너스 정권’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여야 4당이) 정작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할 민생 법안들은 제쳐놓고 독재 정권을 연장하는 악법들만 패스트트랙에 태웠다”고 비난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4·29 좌파정변’이라고 부르며 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5적(敵)’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여권이 추진하는 공수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난을 이어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내 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선거법”이라며 “좌파 세력이 국회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만드는 법”이라고 깎아내렸다. 나 원내대표는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1970년대 유신헌법과 독재 얘기를 많이 하지만 그때가 개발을 위한 독재였다면 지금 대한민국 좌파는 망국으로 가는 독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대구·경북(TK) 지역 정서를 겨냥한 발언이지만 과거 독재정권을 옹호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황 대표는 공수처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정권 후반부로 가면서 불안해지니까 홍위병을 만들려고 공수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민과 공무원이 말도 못 하고, 반대도, 저항도 못 하게 해 마음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숨은 의도”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는 김태흠 윤영석 이장우 성일종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본관 앞에서 ‘삭발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은 지지자 수십명 앞에서 “(여야 4당의) 의회민주주의 폭거에 삭발투쟁으로 항의하고자 한다”며 애국가를 제창하며 머리를 깎았다. 한국당 의원 중 처음으로 지난달 30일 삭발한 박대출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라며 “작은 저항의 표시로 모인 여섯 물방울이 강줄기를 이루고 바다를 이뤄 헌법을 유린하는 저들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현역 의원 10여명이 삭발을 예고했지만 일부 의원은 순회 집회와 지역구 사정 등을 이유로 삭발식에 불참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2차, 3차 릴레이 삭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