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로 중국 인구가 오는 2023년 14억1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전망보다 5년이나 빠른 것이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에 따른 젊은 층의 노인부양 부담 증가, 연금 조기 고갈 등 인구절벽 공포가 커지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업체 컴플리트 인텔리전스와 글로벌 데모그래픽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구가 2023년에 14억1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8년을 인구 정점으로 보는 중국 정부 예상보다 5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중국 인구가 2028년 14억4200만명으로 최대를 기록한 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젊은 층의 출산 기피 풍조와 함께 장기간 고수한 ‘한 자녀 정책’ 탓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급속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1978년부터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오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2015년 ‘2자녀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전년보다 200만명가량 감소한 1253만명에 그쳐 대기근이 중국을 덮친 61년 이후 가장 적었다. 컴플리트 인텔리전스의 토니 내시 대표는 “한 자녀 정책이 2005년에 폐지됐더라면 출산율이 높아졌을텐데 너무 늦게 폐지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연령인 15~49세 여성 인구가 2018년부터 2033년 사이 5600만명 감소하면서 다시 유아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4세 이하 유아 인구는 2017년 84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2.8% 감소해 2033년에는 574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9세 이하 어린이는 2028년까지 2700만명 감소해 장난감, 의류, 유제품, 육아, 교육 등 관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인구 감소는 헤이룽장성과 랴오닝성, 지린성 등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노동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로 조기 연금 고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연금제도의 근간인 도시근로자 기본 양로보험기금(연기금)이 2028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35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기본양로보험 가입자 수는 9억1500만명이다. 그러나 연금 납부자 대비 수급자 비율은 올해 47%에서 2050년 96.3%로 늘어난다. 현재 연금납부자 2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에는 1대 1의 비율로 먹여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연기금 지출이 수입보다 11조 위안(약 1900조원) 많을 전망이다.
인구 전문가인 리처드 잭슨은 “중국은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릴 수 있다”며 “인구 감소와 심각한 남녀 성비 불균형, 경기둔화 등 부작용은 한 자녀 정책의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