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 농촌 사랑, 노동 사랑의 삼애(三愛)정신을 강조한 배민수(1897~1968) 목사의 업적을 조명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농어촌선교부는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재건 전 연세대 객원교수가 ‘배민수 목사의 항일활동 및 유산의 기증과 유지의 계승’이란 내용으로 발제했다.
배 목사는 ‘조국 독립에 힘쓰라’는 의병 출신 부친의 유언에 따라 1915년 평양 숭실학교 재학 시절 조국 독립을 위한 비밀 결사 ‘조선국민회 조선지부’를 조직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의 부친 김형직과 항일 비행사 양성에 힘쓴 노백린 장군의 아들 노선경 등이 함께했다. 18년 1월 일경에 발각돼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평양감옥에 수감됐다. 이듬해 출소하자마자 가족이 이주한 함북 성진으로 갔는데 그곳 욱정교회 강학린 목사 등 성도와 주민 5000여명과 함께 3월 10~11일 만세 시위를 하고 또다시 9개월간 수감됐다.
출소 후엔 조만식 선생의 지도하에 농촌운동을 시작했으며 평양신학교에서 수학해 목사가 됐다. 미국 시카고 매코믹 신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33년 한국에 돌아와 당시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 농촌부 초대 총무가 됐다. 38년엔 일제의 신사참배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이승만 박사 등과 함께 독립운동을 이어간다.
최 교수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가지 못해 안달했는데, 배 목사는 거꾸로 미국에서 고국으로 많은 구호품을 모아 돌아왔다”고 밝혔다. 전쟁 후 배 목사는 농촌운동에 힘쓰며 68년 경기도 고양에 삼애농업기술학원을 세웠으나 곧 별세했다. 유족들은 18만9715㎡(5만7000여평)의 학원 부지 기증처를 두고 숭실대와 예장통합총회 등을 저울질하다 가장 연고가 적은 연세대에 기증했다. 삼애정신 발현이 기증 조건이었다. 연세대는 최근 삼애캠퍼스 부지 재개발 계획을 세워 예장통합총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김태영 예장통합 목사 부총회장은 이날 세미나에 앞서 열린 예배에서 “기증자의 뜻을 거슬러 개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며 “배민수란 이름과 장소를 기억하자”고 설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