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이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절묘한 템포 조절과 다양한 구종을 곁들인 팔색조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며 시즌 최다 이닝, 최다 투구를 소화했다. 올 시즌으로 국한하면 빅리그 최고의 기교파 투수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8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1-1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9회초 타석 때 오스틴 반스와 교체됐다. 다저스는 그러나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허용, 1대 2로 졌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으나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류현진은 1회말 스티블 두가르와 타일러 오스틴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브랜든 벨트에게 희생 플라이로 점수를 내줬을 뿐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3~5회, 7~8회에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류현진은 이날 볼넷도 없었고, 올 시즌 처음으로 홈런도 맞지 않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96에서 2.55로 낮아졌다. 특히 2013년 9월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2053일 만에 8이닝을 소화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부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이닝이터’로 거듭난 것이다.
경기 후 류현진은 “1회가 아쉬웠지만 최소 실점으로 막았다. 투구수가 적고 효율적이어서 8회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9회에도 던질 수 있냐’고 물어봤다면 올라갔을 것이다. 오히려 경기 후반 구속이 오르는 좋은 징조가 있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 커터(15개)의 구위가 떨어지자 포심(35개)과 투심(22개)의 비율을 높였다. 여기에 체인지업(26개)과 커브(9개)를 적절히 섞어 상대 타선을 농락했다. 구속도 다양했다. 초반에는 국내 프로야구 투수들보다 느린 79마일(시속 127㎞) 안팎으로 던지더니 3회 이후 평균 90마일(시속 145㎞) 이상으로 스피드를 끌어 올리는 등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특히 류현진의 탈삼진/볼넷 비율(19.50)은 올 시즌 리그 1위다. 부문 2위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8.86)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그만큼 류현진이 빼어난 제구력을 지녔음을 증명한다. MLB닷컴은 “올해 류현진은 삼진 39개를 잡는 동안 단 2개의 볼넷만 내줬다.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다양한 구종과 탁월한 제구력으로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칭찬했다.
한편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추신수는 이날 3-6으로 뒤진 7회말 상대 투수 리처드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4호 홈런이었다. 다만 텍사스는 5대 7로 져 2연패에 빠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