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전’, MBK·우리은행 연합군의 막판 뒤집기?

입력 2019-05-02 19:20 수정 2019-05-03 08:59

롯데카드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권은 카드업계에서 일어날 지각변동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은 하나금융그룹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이 ‘연합군’을 꾸리면서 ‘막판 뒤집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어느 쪽이 롯데카드를 품든 유통과 은행이 조합된 ‘강력한 카드사’가 탄생한다고 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지분(93.78%)을 모두 팔거나 20~30% 정도 남기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마감한 롯데카드 본입찰에는 하나금융, MBK파트너스 컨소시엄, 한앤컴퍼니 3곳이 참여했다. 카드업계에선 응찰한 3곳 가운데 2곳이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인수가 유력하다고 봤다. 하나카드를 계열사로 거느린 금융그룹인 데다 인수 의지, 자금 동원력 등이 우수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손을 잡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롯데카드 인수전은 ‘양강 구도’로 변했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60%, 20%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롯데그룹이 계속 보유하는 방안을 제시한 걸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이르면 3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에 뛰어든 MBK파트너스 컨소시엄,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차익 실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매입해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더 비싼 값에 매각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달리 하나금융, 우리은행은 ‘비(非)은행 부문 강화’에 관심을 보인다. 자산 규모 확대, 기존 카드사와의 시너지 창출 등을 노린다. 롯데카드는 자산 기준으로 지난해 카드업계 5위(12조6527억원)다. 우리카드나 하나카드는 롯데카드를 품에 안으면 곧바로 카드업계 3위로 도약할 수 있다. 금융그룹 순위에서도 신한금융, KB금융에 이어 3위를 굳히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확보한 뒤에 MBK파트너스 지분과 롯데그룹 지분을 사들이는 식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M&A 방향에 대해 “직접 인수가 어려울 경우 지분 인수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었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롯데카드 인수 참여는) 단순한 지분 투자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롯데카드 매각은 2006년 LG카드(현재 신한카드) 이후 13년 만에 이뤄지는 ‘빅딜’이 될 전망이다. 어느 곳이 인수하든 롯데카드의 강점으로 꼽히는 ‘30~50대 여성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와 연계된 ‘롯데 멤버스’ ‘L포인트’ 등과의 제휴도 지속될 확률이 높다.

다만 매각을 코앞에 둔 롯데카드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새 주인이 결정되면 조직 개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서다. 한 롯데카드 직원은 “(임직원 입장에선) 몇 년 뒤 다시 매물로 나오지 않도록 경영이 안정됐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다”고 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