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전화기는 2일 오전부터 울려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왜 반대하느냐’는 항의성 전화였다. 전날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부·여당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회에서 토론회를 마치고 나온 조 의원에게 직접 입장을 물었다. 조 의원은 “내가 아는 법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정보기관인 경찰이 수사까지 하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검사 출신이라고 검찰 편 드는 게 아니다”며 “검찰의 수사권도 제발 좀 뺏어 달라”고 했다. 조 의원은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를 방해할 이유는 없었다. 이제 논의가 시작됐으니 치열하게 토론을 해보자”고 했다.
-그동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왜 반대하지 않았나.
“제 소신을 갖고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아니어서 법안에 의견을 반영시킬 수 없었다. 이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논의가 강제로 시작됐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시작부터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여당 입장이 조율 안 됐다’고 지적하는데.
“그런 생각을 할까봐 ‘당론이 정해지면 따르겠다’는 입장도 밝힌 것이다. 필요하다면 법사위 사·보임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를 초장에 한 것이다. 끙끙대고 있다가 나중에 법사위에서 반대 의견을 밝히면 모양이 이상해진다.”
-정부와 여당은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왔는데.
“지난해 6월 갑자기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른다. ‘이게 뭐지? 참 웃긴다’ 싶었다. 청와대에 우려를 전달했는데도 합의안이 나와 버려 망연자실했다. 내가 아는 법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 선거법 개정안하고 묶이게 되면서 갑자기 패스트트랙을 타게 됐다.”
-왜 그렇게까지 반대하나.
“정보기관이 수사까지 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국가정보원이 수사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났을 텐데 왜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지 의문이다. 검사 출신이라고 검찰 편드는 것도 절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검찰 수사권을 다 뺏자고 주장한다. 수사권을 뺏는 것은 검찰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다. ‘수사와 정보의 분리’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중요한데 모두가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느냐 마느냐만 신경을 썼다. 한심한 일이다. 이번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하면 영원히 못 한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공수처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는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는 생각은 같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금 의원은 공수처 도입에 반대했고, 나는 공수처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부여하는 지금의 안이 수사권·기소권 분리 원칙에 부합하지 않지만 수용할 수는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