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측은 외국인 도우미 고용이 불법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범법행위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찬 판사 심리로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의 1회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 전 이사장이 먼저 재판을 받은 뒤 조 전 부사장의 첫 공판이자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이들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대한항공 필리핀 지점을 통해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선발하고, 대한항공 소속 현지 우수 직원으로 본사 연수 프로그램을 받는 것처럼 꾸며 일반 연수생(D-4) 비자를 발급받은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필리핀인 여성들이 허위 초청돼 입국한 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간에서는 재벌가 사모님이니까 모든 것을 지시하고 총괄했다고 생각한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비서실에) 부탁만 하면 밑에서 알아서 초청해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도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아이(가사도우미)가 오래되고 너무 잘 맞아하고 안 가고 싶어 하니까 계속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비서실에) 말한 것일 뿐”이라며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전부 인정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초청 과정에서 절차나 규제가 어떻게 되는지 그에 대한 생각을 잘 하지 못했다”며 “위법성에 대한 적극적 인식이 없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조 전 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회사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편의를 도모하고자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게 됐다”며 “법적인 부분을 숙지하지 못하고 이러한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먼저 재판을 받은 이 전 이사장은 방청석 뒷줄에 앉아서 조 전 부사장의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이 끝나자 이 전 이사장은 조 전 부사장 얼굴을 쓰다듬으며 “현아야 잘했어. 엄마가 잘 못해줘서 미안해”라고 울먹였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한 2회 공판은 다음 달 13일 진행된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1일 내려진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구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