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검·경 수사권 조정 공개 반발에 당혹감과 불쾌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여당이 우여곡절 끝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고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고 있는 와중에 정부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은 노무현정부 당시처럼 검찰과의 정면충돌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며 맞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요 정부직을 차지하고 있는 수장이고 정부 내에서 논의가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공론화돼 있었는데 (문 총장이) 그때 의견 표출을 했었어야 한다”며 “이미 국회가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한 내용을 이제 와서 부인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국민적 지지가 80% 가까이 나오는 건 검찰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조직 밥그릇 챙기기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훨씬 더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검찰의 과도한 권력이 지금까지 어떻게 우리 정치 현장에서 발휘됐는지 느껴본다면 문 총장이 그런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며 “총장이 검찰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하는 소리 같은데, 검찰은 입이 열 개라도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찰이 많은 권한을 독점하는 데서 비롯된 부정적 사례들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질타를 해왔다”며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인권과 적법절차 보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당내 기류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공개회의 석상에서 검찰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여당과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당시 검찰과 여당이 갈등하면서 검찰 개혁에 실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는 모습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따로 그 문제를 가지고 지도부가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며 “문 총장이 임기가 얼마 안 남았고, 검찰 자체 논리로 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으니까 대변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건설적인 논의는 적극 수용하되, 법안 자체에 대한 반대는 용인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검찰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문 총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문 총장이 만에 하나라도 사표를 던질 경우 후속 대응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사안이긴 하지만 지금은 국회에서 후속 절차를 밟는 상황”이라며 “청와대가 언급할 만한 성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는 7월까지 임기가 석 달 남은 문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임기가 만료되면 그때 가서 인선을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강준구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