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성금을 정부 지원인양 포장” 강원산불 이재민들 반발

입력 2019-05-02 19:19
속초 산불 피해보상대책위원회가 2일 속초시의회 앞에서 정부의 산불 피해 복구계획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고성·속초 산불 이재민들이 정부의 산불 피해 지원계획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속초 산불 피해보상대책위원회는 2일 강원도 속초시 속초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복구 계획안을 철회하고 현실적인 복구 지원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성명서에서 “피해 주민의 보상과 복구 요구를 차일피일 미뤄오던 정부는 한 달 만에 피해 주민들의 현실적인 보상 요구를 짓밟는 종합복구안을 내놓고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이번 산불의 가장 빠른 복구 방법은 국가가 선보상하고,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또 중소상공인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과 한전의 적극적인 보상 협의 진행 등도 촉구했다. 장일기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국민들이 정성으로 모아준 성금을 마치 정부 지원인양 포장해서 발표했다”며 “집을 짓기에는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라 빚을 내고 집을 지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강원도 대형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1853억원을 신속 투입하기로 했다. 주택 피해 복구에는 전파 3000만원, 반파 1500만원, 세입자 1000만원 등 173억원이 지원된다. 주택 전파를 기준으로 성금으로 지원되는 3000만원과 정부에서 주는 주거지원 보조비 1300만원, 강원도의 추가 지원금까지 합치면 가구당 6000만원 안팎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민들은 ‘알맹이가 빠진 복구계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 노장현 위원장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보다는 구체적인 복구 계획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더 이상 정부 대책을 믿을 수 없는 만큼 한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상경 투쟁과 화재조사위원회 설치 요구 등 실력행사로 이재민들의 분노를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산불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2000만원을 지원하고 대출과 재해지원자금 융자 확대, 제품창고와 사무공간 활용을 위한 컨테이너 제공 등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속초 산불 피해보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에게 국민 성금 2000만원이 유일한 복구대책으로 나왔다”며 “이 정도 지원으로는 건물과 자재, 물류 등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소상공인들이 절대로 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