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처신은 부적절하다. 시기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그렇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각각 검찰과 경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간 합의사항을 토대로 만들어진 안이다. 충분한 정부 내부 조율을 거쳐 난장판 국회를 감수하면서까지 천신만고 끝에 겨우 입법 시동을 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제동을 건 것은 오로지 검찰 이익과 입장만 대변하겠다는 조직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패스트트랙에 올랐다고 해서 당장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해외 출장 중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자료를 내고, 중요한 출장을 중단할 만큼 긴박한 것이냐는 의문도 든다. 그래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핑계로 검찰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쇼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개혁은 해묵은 과제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우리나라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같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게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다. 이번 조정안은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 등을 부여함으로써 검찰 권한을 상당 부분 축소시켰다.
검찰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역대 정권에서 검찰 개혁이 추진될 때마다 검찰은 총장 사퇴 등 조직적 저항으로 개혁을 번번이 무산시켰다. 노무현정부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법개혁추진위의 수사권 조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또 이명박정부 시절 경찰의 독자적 수사 시작과 진행이 가능하도록 형사소송법이 일부 개정되자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고 대검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동조 사의를 표명한 전례가 있다. 오는 7월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 총장이 김준규 전 총장의 뒤를 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번마저 검찰의 조직적 저항에 굴복할 경우 검찰 개혁은 요원하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수사권 조정으로 사실상 정보, 수사 기능을 모두 갖게 된 경찰의 권력 비대다. 비대해진 경찰 권력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을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무의미하다. 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여당 내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목소리를 유념해야 한다. 검찰을 견제하려다 경찰을 또 하나의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만드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사설] 文 총장 처신 부적절하지만 새겨들을 부분 있다
입력 2019-05-0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