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마상욱 목사] “교회가 청소년들에게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이야기의 장 제공해야”

입력 2019-05-03 00:04
‘이야기 청소년신학’의 저자 마상욱 예수믿는교회 목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 청소년불씨운동(YSM) 사무실에서 책의 발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용인=송지수 인턴기자

‘다음세대, 다음세대’ 노래를 부르지만, 한국교회 현장에서 초등부나 중·고등부 사역은 뒤로 밀릴 때가 많다. 열정을 가진 교회학교 교사나 사역자들조차 “청소년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한다.

새 책 ‘이야기 청소년신학’(샘솟는기쁨)은 그런 이들의 갈증을 씻어줄 만한 책이다. 지난달 30일 저자 마상욱 예수믿는교회 목사를 경기도 용인의 ‘청소년불씨운동(YSM)’ 사무실에서 만났다. YSM 대표인 그는 20여년간 현장에서 청소년불씨운동과 크자캠프 등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국민일보 2015년 5월 8일자 33면 참조) 신학과 청소년지도학, 교육학을 공부한 그는 최근 칼빈대 아동청소년사역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음세대를 위한 새로운 신학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교회가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성경을 어떻게 잘 전달할까’라는 고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또 청소년을 위한 대규모 집회나 수련회 등 과거에 통했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분야에서는 청소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과 기술들이 개발돼 있다”며 “교회도 진정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 목사는 “성경은 물론 자신의 삶과 시대 문화에 대한 해석을 통해 자기와 하나님의 이야기를 스스로 찾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이야기 청소년신학’이라고 명명했다. 성경해석과 더불어 이 시대 문화를 읽어내는 문화해석,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자아해석을 강조한다.

그는 20여년간 1대1 또는 소그룹으로 무수히 많은 청소년과 만나며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60년 넘게 청소년사역의 길을 걸어온 딘 보그먼 미국 고든코넬신학대학원 교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이 책을 공저하게 됐다. 그는 “보그먼 교수와 3주 동안 지냈는데 저와 제 사역에 대해 자세히 해석해주셨다”며 “20년간 현장에 있으면서 누군가 나를 설명해줬으면 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분을 보며 ‘나를 설명하는 힘’이란 게 굉장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학교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일반 학교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가치관, 교육방식이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비록 작은 이야기이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임을 알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교회는 학교나 세상이 줄 수 없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마 목사는 “청소년들은 자기의 자아를 숨기기 위해 여러 가지 가면을 바꿔쓰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며 “특히 요즘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사이버 공간은 가면을 쓰기가 더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의 청소년지도자들은 청소년들이 가면을 다 벗어던지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기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은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를 이해할 때 진짜 하나님과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 목사는 “어른들이 ‘요즘 청소년들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데, 현장에서 본 청소년들은 창조주 하나님을 찾고 진정한 예배를 드리고 싶어한다”고 역설했다.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예배는 무엇일까. 그는 “성경 이야기도 좋지만 나와 몇 살 차이 안 나는 형이 자기 삶에서 예수님을 이렇게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한다”며 “비록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하나님과 만나는 포인트를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하는데, 그건 어른들이 아이들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회에선 특히 답을 정해놓고 들으려 하니 진짜 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사역에 있어선 무엇보다 경청과 존중, 그리고 기다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처럼 각각의 사람과 하나님의 이야기가 있다”며 “기성세대에게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있었듯이, 다음세대에게는 그 세대의 문화적 틀 안에서 만날 하나님이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청소년사역이라는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좋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기다려주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