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손학규, 지명직 최고위원에 국민의당계 주승용·문병호 임명

입력 2019-05-02 04:04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손학규(사진) 바른미래당 대표가 8개월째 공석이던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에 국회부의장인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을 임명했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일부 인사들이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며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다. 손 대표와 당 주도권을 놓고 내전 중인 반(反)손학규 진영은 지도부 불신임 주장을 조만간 행동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세 분(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지 한 달째”라며 “당무 정상화를 위해 두 최고위원을 지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에 지역구를 둔 4선의 주 의원은 바른미래당 합당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냈다. 문 전 의원은 인천 부평갑에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당 창당 때 안철수 전 대표를 도왔고 최고위원도 역임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전·현직 지역위원장들과 손 대표 사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인선은 당무 보이콧 중인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에 대항해 호남 세력을 우군으로 포섭하고 지도부에 국민의당 색채를 강화해 최고위 마비 상태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이 합류하며 최고위 구성원은 총 9명이 됐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인이 보이콧을 이어가도 의결 요건(재적 과반 찬성)은 갖추게 됐다.

손 대표와 함께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는 김관영 원내대표는 여러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사퇴할 의사는 전혀 없다. 여기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하면 당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하태경 최고위원이 당권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보이면서 손 대표 등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계는 유 의원실에서 모여 대응책을 논의한 뒤 지도부 불신임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이른 시일 내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손 대표의 최고위 정상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당 출신 권은희 정책위의장과 김수민 청년최고위원이 최고위에 계속 불참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권 의장과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김 원내대표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강행한 뒤부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인과 김 최고위원은 공동입장문에서 “최고위 협의 없는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당헌 위반으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들과 협의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협의를 거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