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유튜브 전쟁’이 뜨겁다. ‘유튜브 인플루언서’(influencer·소셜미디어에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인)를 섭외하는가 하면 은행원들이 직접 유튜버로 나선다. 자체 유튜브 방송 채널을 구축하고, 콩트·드라마 형식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은행권이 유튜브에 주목하는 건 고객을 낚을 수 있는 ‘신흥 어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가 그들이다.
KB국민은행은 유명 유튜버들을 섭외해 ‘리브 똑똑(Liiv TalkTalk)’ 애플리케이션 가입을 독려하는 독특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리브 똑똑’은 인공지능(AI) 챗봇과 대화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앱이다. 이 앱으로 오는 12일까지 ‘밴쯔’ ‘대도서관’ 등 12명의 유튜브 인플루언서에게 투표하면 이들이 주제를 바꿔 17일 방송을 하는 식이다. ‘리브 똑똑’으로 투표를 하거나, 17~31일 ‘리브 똑똑’에 신규 가입한 고객을 추첨해 경품도 쏜다.
신한은행은 콩트와 드라마를 소재로 ‘광고 같지 않은’ 유튜브 광고를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올라온 ‘신한 플러스 엄마의 당부’편은 조회 수 531만회에 이르렀다. 유명스타가 출연하지 않는데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꾸준히 영상이 오르내릴 정도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행원들이 직접 유튜버로 뛴다. NH농협은행은 직원이 1인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영상을 꾸며 금융상품을 소개한다. ‘안 사원의 금융생활’이라는 영상은 3주 만에 13만회의 조회 수를 찍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젊은 감성에 초점을 맞춘 ‘웃튜브(wootube)’ 채널을 개설했다. 직원들이 은행원의 일상을 소개하는 ‘은근남녀썰’은 평균 3만회에 이르는 조회 수를 올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은행들이 앞다퉈 ‘유튜브 전쟁’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 고객,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Z세대는 시청각 위주의 미디어를 선호하고 스마트폰 조작에 능숙하다. SNS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Z세대는 약 6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5%를 차지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은행들이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Z세대의 관심을 사로잡는 소셜미디어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광고 채널의 방향이 10대와 20대가 즐기는 유튜브 같은 디지털 채널로 이동했다.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유튜브 홍보 쪽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늘어나는 조회 수에 비해 초라한 구독자는 고민거리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송모(23)씨는 “결국 광고이거나 상품안내로 결말이 흐르다 보니 은행에 관심이 없으면 구독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구독자 수가 사실상 고객 충성도”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