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자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과 관련해 국회와 장외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전국을 돌며 장외 여론전을 펼치기로 했고, 소속 의원들도 패스트트랙 강행에 항의하는 취지로 ‘릴레이 삭발’을 예고했다.
황교안 대표는 1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정부의 폭정을 막기 위해 더 열심히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민생현장으로 달려가 생활투쟁을 하고 집회와 대국민 서명운동 등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2일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황 대표 등 지도부가 이틀에 걸쳐 대전과 대구, 부산,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를 거쳐 전남 목포, 광주, 충남 천안 등을 돌며 장외 여론전을 펼치기로 했다. 경부선을 타고 내려간 뒤 호남선을 타고 올라오는 일정이다. 주말인 4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세 번째 대정부 규탄 집회를 연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민생 삼위일체(三位一體) 콘서트’, ‘자유친(한국당 유튜버 친구들의 준말)’ 구성, ‘114 민생 버스 투어’ 등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권 밖을 향한 여론전 성격이 강하다.
한국당 의원 10명은 2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집단 삭발식을 벌이기로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 김태흠 의원을 비롯해 정갑윤(5선)·김기선·박덕흠·윤영석·이장우(이상 재선)·성일종·이만희·최교일(이상 초선) 의원이 삭발을 예고했다. 지난 30일 삭발한 박대출 의원에 대한 동조 성격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구전략 없이 ‘거리’로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온다. 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야 대치가 치열한 와중에도 지도부 간 물밑대화로 정국을 푸는 노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며 “장외투쟁이 장기화할 경우 1년 안으로 다가온 총선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신경전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당이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천막 농성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광장을 짓밟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서울시 허가 없는 광장 점거는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국회에서 만나 한국당을 향해 “추경안과 민생 관련 법안 심사에 나서 달라”며 “필요하다면 오늘이라도 5당 원내대표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진정성 없는 제안”이라며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가 먼저”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 25일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처리는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추경과는 별개로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속초 등 피해 지역에 복구비 1853억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종선 김판 김용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