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문 대통령 일왕 축하 크게 보도… 관계 개선 모멘텀 기대”

입력 2019-05-02 04:01
나루히토 일왕이 1일 도쿄 고쿄 내 마쓰노마에서 즉위 후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가 1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일본 헌법상 국왕이 외교정책에 직접 개입할 수 없어 당장 일본의 정책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새 일왕의 즉위로 달라진 분위기가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는 “일왕은 헌법상 상징적 존재여서 정치적 활동이 금지돼 있고, 발언이나 활동의 범위도 넓지 않다”며 “나루히토 일왕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정부나 국민이 바라는 방식으로 일왕이 움직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도 “정치활동이 금지된 일왕이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언론이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크게 보도했다”며 “해외 경험이 많은 나루히토 일왕과 외교 관료 출신인 마사코 왕비의 국제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모멘텀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도 “새 일왕이 민간교류 차원에서 양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은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식에서 현행 평화헌법 수호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양 교수는 “일왕이 현행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말한다면 현실 권력인 아베 신조 정권과 각을 세우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발언하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도 지나치게 섣부른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양국이 충돌하고 있는 외교 현안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왕이 양국 간 역사문제와 엮이면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며 “일왕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화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하 교수도 “일왕의 방한을 양국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계기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일왕이 방한한다면 관계 개선의 입구가 아닌 출구 혹은 피날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