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검, 돈 주는 관행 천박” 질타했지만…

입력 2019-05-01 19:38
후배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 처분을 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장이 검찰을 향해 “수사가 끝났다고 아랫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천박하다”고 비난했다. 1일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박형남)가 진행한 안 전 국장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다.

박 부장판사는 안 전 국장 변호인이 “후배 검사들에게 특활비를 지급하는 것은 관행이고 반드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자 이같이 일갈했다. 그러면서 “비유는 적절치 않지만 요새 검사들이 판사들을 기소한 사례에 비춰보면 마치 재판이 끝난 이후에 행정처 차장이 소속 법원장과 재판장을 만나서 밥 먹은 뒤 ‘재판 잘했다’며 격려금을 준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어 “판사가 그랬다면 뭐라도 걸어서 수사했을 것”이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안 전 국장 사건과 별개인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를 언급한 것이다. 재판장이 심리 중인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건을 언급하며 사견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박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공보관실 운영비를 활용해 불법 조성한 비자금을 각급 법원장들에게 나눠줬다는 혐의를 받은 2015년 당시 전주지법원장으로 근무했다. 박 부장판사 역시 법원장 중 한명으로 당시 격려금을 받은 인물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부장판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이 불법 비자금 의혹에 연루됐던 것에 앙심을 품고 발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재판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