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지만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

입력 2019-05-02 18:10 수정 2019-05-02 18:33

서울 아파트값이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낙폭은 다소 줄었지만 정부 규제에 보유세 부담까지 더해져 위축된 매수심리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하락세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다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산발적 호가 상승이 잦아지면서 서울 주택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1일 한국감정원의 ‘4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8% 하락했다. 3월(-0.22%)에 비해 하락폭은 축소됐지만 바로미터인 아파트값(-0.34%) 역시 5개월째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변동률을 유지했다.

3월(-0.40%)에 비해 아파트값 낙폭은 다소 둔화됐다. 강남구(-0.23%), 송파구(-0.15%) 등 그간 하락폭이 컸던 지역의 급매물들이 시장에서 소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시세에 영향을 줄 추격매수세는 아직 관측되지 않아 소강상태 속 매물잠김은 여전한 상황이다. 강동구(-0.64)와 양천구(-0.37%) 등이 매물 증가와 신규 입주물량 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매수자 우위시장이 유지되며 모든 구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감정원 관계자는 “대출규제와 세제강화 등으로 인한 주택구매 및 보유부담과 시장 불확실성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5~6월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매도자의 ‘버티기’와 매수자의 ‘바닥 측정’이 맞물리면서 시장 내 ‘눈치싸움’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KB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81.4를 기록, 3월(74.3)보다 소폭 올랐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의 3개월 후 집값 전망을 0~200으로 지수화 한 수치인데 기준점인 100을 넘을수록 ‘상승’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여전히 하락의견이 우세하지만 수치가 다소 올라간 것은 최근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면서 호가가 상승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일반 아파트로 가격 하락세가 전이된 가운데 ‘바닥을 다지는’ 상황인지를 두고 업계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도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실적 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1분기 매출은 7조3570억원, 영업이익은 1050억원인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줄었다. GS건설은 매출 2조6020억원, 영업이익 191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대우건설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9% 감소했고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의 영업 이익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더 이상 건설사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수주까지 부진해 실적 면에서 고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